포스테키안

2017 겨울호 / 복면과학 / 신비로운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

2018-01-17 636

복면과학 / 신비로운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

제대로 교육을 받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그저 순수하게 수학이 너무 좋았던 한 청년과 그 청년의 천재성을 알아본 또 다른 천재의 만남. 어쩌면 아무도 몰랐을 20세기 최고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Ramanujan). 지금부터 신비로운 그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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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니바사 라마누잔 (Srinivasa Ramanujan)

인도의 수학자. 분배함수(分配函數)의 성질에 관한 연구를 포함해
정수학(整數學)에 크게 이바지한 수학자로, 독자적 방법에 의한
깊은 명찰과 직관과 귀납으로써 많은 결과들을 도출해 냈다.

천재 과학자의 탄생

1887년 남인도의 작은 브라만 계급 가문에서 태어난 라마누잔은 일찍이 수학에서 그 재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성직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형편 탓에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수학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15세에 우연히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기초결과 개요’라는 책을 접하고 그 책에 있던 6,000개에 달하는 정리들을 노트에 하나씩 증명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노트 덕분에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만 수학 이외에 다른 학문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결국 대학의 정규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합니다. 그는 졸업 이후, 벵갈 만에 위치한 마드라스 우체국의 서기로 근무하며 그를 아낌없이 지원해 준 상사의 허락으로 마음껏 수학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가 천재라는 소문이 사방에 퍼지게 됩니다. 그가 정리한 노트는 인도를 넘어 당시 인도의 종주국이던 영국의 여러 수학자들에게까지 편지로 전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정리들을 엉터리 수학이라고 치부하며 무시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단 한 명의 수학자가 있었지요. 그 수학자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수학교수 하디(Godfrey Harold Hardy)였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하디는 뉴턴과 테일러의 명성을 잇는다는 평이 있을 정도의 실력과 명성을 갖춘 실력자임과 동시에 라마누잔의 정리내용과 관련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였습니다. 그런 하디조차도 라마누잔의 노트 속 공식들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사무원이 가져다 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편지에서 비범함을 느낀 그는 그의 동료인 리틀우드(Littlewood)와 함께 라마누잔의 편지를 정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의 검토 끝에 두 수학자는 라마누잔이 제2의 뉴턴에 맞먹을 정도의 천재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릅니다. 그는 당시 라마누잔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공식들 중 몇 개는 이미 알려진 것이고, 다른 몇 개는 참인지 거짓인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로선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공식들에서 틀린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렇게 기적 같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사기꾼이 있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진짜 천재임이 틀림없습니다.”

하디의 말처럼 라마누잔이 정리한 공식들은 일반인들은 물론 수학자들에게도 그 독창성이 난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현재까지도 라마누잔이 어떤 사고과정을 거쳐서 그런 공식들에 도달하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수학자들이 라마누잔에게 어떻게 그런 공식들을 얻을 수 있었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라마누잔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마기리 여신이 꿈속에서 나에게 보여줬습니다.” 나마기리는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 중 선의 신 비슈누의 아내입니다. 그는 그의 위대한 발견을 오롯이 종교의 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대 수학자들은 증명이 남아있지 않은 라마누잔의 공식의 필연성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신이 내려준 공식이라는 평을 받는 그의 공식은 그 정도의 천재성에 다다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합니다.

고독한 나날, 짧았던 생애

라마누잔의 영국생활은 극도로 고독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브라만 이외 계급의 사람이 만든 요리는 입에도 댈 수 없다는 규율 때문에 방에서 혼자 식사를 만들어 먹으며 30시간에 걸친 연구가 끝나고 20시간을 내리 자는 등의 불규칙한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영국의 춥고 우울한 날씨 속에 매일 매일을 고독하고 소외된 채로 지내던 그의 심신은 점점 약해져 갔고, 영국에 머문 지 3년이 지날 무렵 결국 병으로 드러눕게 되고 맙니다.

그가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에 있었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병문안을 온 하디는 라마누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날씨도 그렇지만 내가 탄 택시의 번호도 1729였어.(1729=13*133이므로 불길한 숫자 13이 반복되어 안 좋은 의미를 가진 숫자로 느껴집니다.)” 그에 라마누잔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1729는 재미있는 숫자입니다. 1729=12³+1³=10³+9³처럼 세제곱의 합으로서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 숫자 중에 가장 작은 숫자이니까요.”

라마누잔은 다시 인도로 돌아와 인도의 수학자들과 국민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습니다. 그는 다음해에 33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과 작별을 하게 됩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과학자, 라마누잔. 빛나는 천재성에 비해 너무나도 짧았던 그의 일생은 현대까지도 많은 과학자들에게 진한 여운과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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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최형석 신소재공학과 16학번(알리미 2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