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7 봄호 / Lecture x Lab : Lab / 작은 세계를 보는 완벽하지 않은 방법

2017-05-24 139

작은 세계를 보는 완벽하지 않은 방법

심지훈 교수님 LAB

물리화학(物理化學, physical chemistry, physikalische Chemie)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물질을 입자의 물리적 법칙을 이용해 현상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거시적인 물체가 따르는 뉴턴의 운동법칙 대신 전자는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며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기술됩니다. 이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를 구하면 전자의 파동함수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 내에 2개 이상의 전자가 있는 경우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정확히 풀 수 없는데, 화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탄소 원자만 하더라도 전자가 6개인 데다가 원자들이 분자를 이루거나 금속 원자가 결정을 이루면 전자의 숫자는 적어도 수십 개에서 셀 수 없는 숫자만큼 많아집니다. 물론 이렇게 전자가 많아지면 슈뢰딩거 방정식을 정확히 풀 수 없으므로 컴퓨터로 수치해석적인 방법을 이용해 근사적인 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중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밀도범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 DFT)을 이용한 계산입니다. DFT는 분자 구조에 따른 에너지를 계산해 화학반응의 기작을 밝혀내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 연구실에서는 고체상의 결정구조를 이루고 있는 물질을 컴퓨터 계산을 통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분자에서는 전자가 양자화된 에너지에 해당하는 오비탈을 가집니다. 반면 결정을 이루고 있는 물질에서는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전자들이 연속적인 에너지에 해당하는 상태에 놓입니다. 이 전자구조들은 운동량과 에너지 간의 관계로 나타낼 수 있으며, 운동량과 에너지의 그래프를 그렸을 때 곡선을 이룹니다. 이 전자구조가 만드는 각각의 곡선들을 전자의 띠구조라고 합니다. 전자의 띠구조를 분석함으로써 그 물질이 가지는 성질(전기전도도, 광흡수 등)을 예측하는 것은 고체물리화학의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러나 DFT를 이용해 계산한 띠구조가 실제 물질의 성질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아닙니다. DFT는 전자 간 상호작용을 근사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어 전자 간 반발로 인한 상호작용 에너지가 전자의 운동에너지보다 어느 정도 큰 물질에 대해 부정확해 집니다. 이러한 물질을 강상관계물질(Strongly Correlated Material)이라고 합니다. 강상관계물질은 d,f오비탈에 해당하는 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d,f오비탈이 s,p오비탈에 비해 더 작은 공간을 차지해 그만큼 전자 간 반발도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강상관계물질은 아직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상태이며 우리 연구실에서는 강상관계시스템을 모델링해 동적평균장이론(Dynamic Mean Field Theory; DMFT)방법을 이용하여 이해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강상관계물질 중에는 재미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압력을 가하거나 불순물을 도핑함에 따라 도체와 부도체상태로 서로 전이되는(Metal-insulator transition) 물질이나 저온에서 이론적 예측값보다 1000배 정도 높은 비열계수를 가지는 물질(Heavy Fermion Material) 등이 있습니다. 또한, 강상관계물질중에서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되고 있어 자기부상열차 등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고온초전도체의 원리가 밝혀지지 않아 이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판도라에서는 방사능이 유출되어 발생한 혼란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빨리 원자력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총 발전량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30% 이상으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체하기 어려운 만큼,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핵연료물질이 이와 중요한 관련이 있습니다. 핵연료물질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열전도율입니다. 열전도율이 나쁠 경우 갈라지거나 중심 부분이 과열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핵분열 후 생기는 생성물로 인해 격자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핵연료로 적절한 물질을 선정하기 위해 가능한 물질들을 전부 실험해 보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컴퓨터를 이용해 물성을 예측하여 핵연료 물질의 후보를 줄이고 이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핵연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는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화합물인데 우라늄에는 f오비탈에 차 있는 전자가 있어 강상관관계물질에 해당합니다. 이 역시 DFT로 기술되지 않아 더 발전된 방법을 이용해 핵연료물질의 성질을 계산하게 됩니다. 또, 핵연료 물질에 있어서 격자에 결함이 생길 때의 에너지 변화와 물질 내 확산속도 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체물질에서 열전도와 전자구조가 중요한 연구주제입니다. 이와 직접 관련된 물질로 열전소자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열전소자는 열과 전기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제벡 효과(Seebeck Effect)와 펠티에 효과(Peltier Effect)를 이용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제벡 효과란 서로 다른 소자의 양 끝을 접합하고 두 점에 온도 차를 주었을 때 기전력이 발생해 전류가 흐르는 효과를 말하며, 펠티에 효과는 그 반대로 접합한 소자의 두 점을 통해 전류를 흘리면 접점에서 흡열과 발열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두 효과는 서로 관계되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때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가 전환되는 효율이 중요하며 이는 ZT라는 값에 의해 결정됩니다. ZT는 제벡 계수, 열전도도, 전기전도도 등에 의해 결정되며, 높은 ZT값을 얻기 위해서는 높은 제벡 계수, 높은 전기전도도와 낮은 열전도도를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전자구조 계산이 필요합니다. 또한, 열전도는 원자의 진동을 통해 일어나므로 이에 대한 음향 입자(Phonon) 구조계산을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높은 효율을 보이는 열전소자에는 텔루르화 납, 텔루르화 비스무트 등이 존재하며 효율을 높일 방법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열전소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될 수 있는데, 현재는 진동이 없고 소형화가 쉽다는 점을 이용해 휴대용 냉각기나 와인 냉장고 등에 쓰이고 있으나 낮은 효율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열전소자를 이용한 다른 응용법으로는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한 발전 등이 있습니다.


글_이인호 화학과 대학원생 (Computational Meterials Desig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