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가을호 / Hello Nobel

2020-01-03 40

Hello Nobel / 2018년 노벨 화학상 화학 속의 진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부터 거대한 코끼리까지, 생물이 용암이나 바다, 사막 등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단백질이 환경에 맞게 변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2018년도 노벨 화학상은 화학의 진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이 노벨 화학상 업적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아볼까요?

1980년대에 DNA를 조작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이 발달하면서 많은 화학자는 효소의 DNA를 교체하여 다양한 환경에서 효소가 쓰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이었던 아놀드 교수는 많은 실패를 겪은 뒤 진화의 개념을 도입해 보기로 했습니다. 효소의 유전자에 임의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수많은 변이 효소를 만든 다음, 원하는 환경에서 효소의 활성을 측정하여 목표에 맞게 변이된 효소를 선택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효소의 DNA를 직접 교체하지 않아도 더 우수한 효소를 얻을 수 있고, 이 방법을 ‘유도 진화 Directed Evolution’라고 합니다. 이를 개발한 프렌시스 아놀드 Frences Arnold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조지 스미스 George Smith 명예교수와 그레고리 윈터 Gregory Winter 교수는 아놀드 교수의 유도 진화 개념에서 착안된 ‘파지 전시법Phage display’을 개발하면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럼 항체를 개발하는 데 주로 쓰이는 이 파지 전시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먼저 박테리오파지에서 단단한 단백질 껍데기 부분만 분리한 뒤, 항체의 결합 자리에 해당하는 DNA 서열에 다양한 변이를 일으킨 조각을 넣으면 이 단백질 표면에 원하는 항체나 효소를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지를 특정 표적(항원)과 반응시켜 강하게 반응하는 파지를 골라내면 그 파지에 담겨있는 DNA를 통해 표적 단백질에 더 강하고 선별적으로 달라붙는 항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더 효율적인 항체를 개발할 수 있겠죠? 또한 여러 DNA 조각들을 파지의 표면에 전시하여 특정 항체나 효소를 대량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항원을 파지 표면에 노출한 뒤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면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의 구조를 알아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항체도 인간에게 직접 주입하지 않고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왼쪽부터)

(프렌시스 아놀드)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rances_Arnold_EM1B5928_(32361895088).jpg  
(조지 스미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eorge_Smith_EM1B5988_(46234137981).jpg
(그레고리 윈터)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regory_Winter_in_the_Master%27s_Garden_at_Trinity_ College_by_Aga_Machaj_.jpg

윈터 교수는 실제로 이 파지 전시법을 통해 ‘아달리무맙 adalimumab ’이라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아달리무맙은 인체에서 과도한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TNF- α) 항원에 반응하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아달리무맙으로 만들어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유명해졌으며 이후 연 매출 20조 원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진화라는 개념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효소나 항체를 개발하고 의약품이나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데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인간이 ‘진화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과 동시에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 준 것 아닐까요? 여러분도 과학의 한 분야에 갇혀 생각하지 않고 넓게 보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럼 다음 호에서는 더 재미있는 노벨상 주제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알리미 25기 무은재학부 19학번 김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