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가을호 / POST IT

2020-01-03 115

POST IT / Lise Meitner Award 수상 오은진 선배님

2년에 한 번씩, Max Planck 컴퓨터 연구소에서는 우수한 여성 컴퓨터과학자에게 Lise Meitner Award를 수여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2018년에 오은진 선배님이 수상하시며 저력을 뽐내셨는데요, 오은진 선배님은 포스텍에서 학사 과정을 졸업하시고, 석박 통합과정까지 포스텍에서 마치시면서 올해 6월부터 포스텍 컴퓨터공학과에 부임하셔서 연구와 수업에 힘쓰고 계십니다. 고등학교 시절, ‘포스테키안’을 우연히 접한 이후 구독하여 올 때마다 신나게 보셨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선배님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08년 포스텍에 입학해서 컴퓨터공학(이하 컴공)과와 전자전기공학(이하 전자)과를 전공하여 졸업하고, 컴퓨터공학과 알고리즘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올해 6월에 포스텍 컴퓨터공학과에 부임하게 된 오은진이라고 합니다.

전문 연구 분야가 알고리즘이라고 하셨는데요,
학사 졸업 이후 지금까지의 선배님의 연구를 소개해 주세요.

알고리즘 분야는 컴퓨터공학의 한 분야이지만, 컴퓨터 이론 분야로 코딩을 많이 하지 않아요. 코딩이 재미있어서 컴공과를 선택하고 이론을 낯설어하는 학생이 많지만, 컴퓨터 이론 분야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요. 엄밀한 과정으로 증명이 이루어지며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그런 명확한 매력이 있습니다. 박사과정 중에는 기하 알고리즘 분야를 비롯한 여러 컴퓨터 이론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기하 알고리즘 연구에서는 컴퓨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기하적인 문제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엄밀히 증명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장애물이 있는 공간에서 로봇이 길을 똑똑하게 찾을 방법 등의 연구입니다. 아주 fundamental한 연구이다 보니 80년대 후반부터 연구가 된 분야입니다. 지금까지 완벽히 풀리지 않은, 조금씩만 풀려나가던 문제들을 제가 Postdoc 과정 중 연구를 진행하면서 증명하여 풀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기하 알고리즘 분야의 중요한 문제가 많이 남지 않아, 선배가 된 이후로는 다른 주제를 잡아서 연구를 시작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Postdoc 과정을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하셨는데 Postdoc 과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선배님이 계셨던 연구소와 연구실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Postdoc 과정은 지도 교수님의 지도하에 연구하는 박사과정과 직접 교수가 되어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학생을 지도하는 중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도 교수님 없이 스스로 연구하는 것이 Postdoc 과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죠.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독일에 있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아주 규모가 큰 연구소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연구하는 컴퓨터공학 이론 분야의 교수님도 4~5분 계셨고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도 20명 정도 있었는데, 비슷한 위치의 젊은 Postdoc들과 함께 연구했던 좋은 경험이었어요. 어찌 보면 academical한 친척 관계에서 반갑게 교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컴공과를 전공 분야로 선택하고, 박사과정을 졸업하여 교수로 부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학사를 다닐 때도 현재의 진로를 꿈꾸셨나요?
처음에는 포스텍에 전자과로 입학을 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막연히 ‘전자과는 최첨단 연구를 하겠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입학 이후 전산입문 과목을 듣고 컴공과에 관심이 생겼고, 컴공과 복수 전공을 결정하고 난 후에 알고리즘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마음을 굳혔던 것 같아요. 그래도 공부와 연구는 다르니 연구를 해보고 진로를 확실히 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재미도 있고 잘하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진로를 밟게 되었습니다.

모교의 강단에 서게 되셨습니다.
후배를 제자로 두고 수업을 하시는데, 간단한 소감과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궁금합니다.
제가 교수로 부임한 것은 6월이었습니다. 방학인 3개월간은 학생들을 만나지 않아서 연구원 생활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개강 이후 수업을 하고 나니 ‘아, 내가 교수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고 하고 집중도도 굉장해서 첫 수업 때는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어떤 학생을 지도하더라도 다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특히 포스텍에 와서 제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게 정말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보다는 아직은 후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제 모습도 겹쳐 보여 아주 가깝게 느끼고 있어요. 다들 정말 제 말에 집중하고 질문도 많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대로만 하면 정말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포스텍 학생들이 매우 똑똑한 친구들이잖아요.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아주 큽니다.

교수로서의 목표,
그리고 그 첫걸음을 딛는 이번 학기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모든 교수님의 목표와 비슷한데요, 제가 할 수 있고 잘하는 중요한 연구를 최대한 많이 하고 싶어요. 이와 더불어 저는 모교에 왔으니까, 훌륭한 학생들을 많이 키워서 연구할 기회를 많이 주고 싶습니다. 교수가 되면 이전과는 가장 다른 것이 학생을 지도한다는 점이잖아요. 저 자신을 위해 연구를 열심히 하는 만큼, 학생들을 위한 수업에도 열심히 임하고 싶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거창한 것은 아니고 수업을 잘 진행하는 것과, Postdoc 때 하던 연구를 잘 마무리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과
이공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대학 시절 학업을 고민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불확실한 것도 많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즐거운 일도 있었어요. 여러분은 힘든 일에 집중을 조금 덜 해서 나름의 여유를 가지고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졸업하고 친구들을 만나 보면 다들 잘 살고 있거든요. 똑똑하게 갈 길 잘 찾아서 살고 있으니까 지금 학생들도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괜찮을 거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와닿지 않겠지만, 정말 그립고, 가끔은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시기로 남게 될 거예요. 즐거이 열심히 생활 잘하시고, 포스텍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를 포함한 이공계 후배들, 제자들에게 흥미있고, 유익한 말씀 많이 해 주신 덕분에 인터뷰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매력을 느끼는 분야를 찾아 잘 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업적을 하나씩 달성하고 있는 오은진 선배님. 선배님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수업에 대한 다짐이 저희가 후배 연구자로서, 학생으로서 전진할 수 있도록 길을 밝혀주는 것 같았습니다.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들께도 선배님의 이야기가 큰 활력이 되어, 앞으로 여러분이 스스로 빛날 수 있는 결과를 잘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알리미 24기 컴퓨터공학과 18학번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