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겨울호 / 기획특집

2020-01-28 256

기획특집 / 아프리카돼지열병

2019년 뉴스 시사 면을 뜨겁게 달군 ‘아프리카돼지열병’, 올 한 해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지요? 9월 17일, 한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이후 이 질병으로 인해 현재까지 무려 43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보신 적이 있나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전파가 가능한 질병을 ‘인수공통질병(Anthropozoonosis)’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렇다면 인수공통질병은 어떻게 동물과 인간을 넘나드는지, 또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질병에 속하는지, 그리고 그 치료제는 어떤 것이 있는 지까지 지금 바로 만나보도록 해요!

<기획특집Ⅰ>

인수공통질병 (Anthropozoonosis), 너 뭐니?

올 한해 내내 휴대폰 재난문자를 울리던 아프리카돼지열병, 그 바이러스의 강한 전염성과 100%에 육박하는 무서운 치사율 때문에 화제가 되었지요? 이렇게 바이러스의 공포는 우리의 가까운 곳에서 인류를 늘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간에게 감염이 될 수 있는 인수공통질병일까요? 이 호기심을 해결하기에 앞서 인수공통질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동물로부터 사람에게로 옮겨가는지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알아봅시다.

참고자료 – 최강석,『바이러스의 습격, 살림, 2009.11.16., ‘제2장 조류독감부터 신종 플루까지 : 변신의 귀재 인플루엔자’ – 음상준, 「돼지 파동에 ‘감염병 포비아’…신종 75% 인수공통감염병」, 『news1』, 2019.9.18.

인수공통질병, 무엇일까요?
인수공통질병(Anthropozoonosis, 人獸共通疾病), 한자어를 풀어서 써보면,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전파가 가능한 질병’을 의미합니다. 보다 학술적으로는 1952년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회의에서 “척추동물과 사람과의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전파하는 질병 또는 감염”이라 정의되었답니다. 사전적인 정의에 따르면 동물과 사람 사이의 전파를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전파되는 방향에 대해 다룹니다. 아직은 인수공통질병이라는 용어가 낯설 수 있을 텐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예시를 들어볼까요? 2003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하 AI), 2008년 광우병, 2009년 신종플루 대란,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지카 바이러스 사태까지. 여러 해를 거쳐 우리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이 감염병들은 모두 ‘인수공통질병’입니다. AI의 경우 닭을 통해 사람에게로, 광우병의 경우 소로부터, 신종플루는 돼지, 메르스는 낙타, 마지막으로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로부터 사람에게로 옮겨 전파되었지요. 아프리카 원숭이로부터 유래된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에게로 전파된 에이즈 또한 인수공통질병으로, 우리나라를 넘어서서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대표적인 예시에 해당합니다. 최근 해외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생태학적 변화가 심해지면서 인수공통질병의 발병 빈도가 더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전 세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질환 75%가량이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랍니다.1 하지만 닭에서 사람으로, 돼지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질병은 유전체 구성, 속한 종까지 너무나도 달라 두 숙주 사이에 ‘종간 장벽’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이러스가 두 숙주의 차이를 뛰어넘으며 전파될 수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인수공통질병이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넘어올 수 있는지, 인수공통질병 속에 숨어있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알아봅시다!

인수공통질병, 어떻게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나요?
자연에 존재하는 인수공통질병 병원체가 원래의 숙주인 ‘자연 숙주’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되어 증상을 발현하기까지, 크게 세 가지 과학적 원리가 담겨있습니다. 바로 ‘열쇠와 자물쇠 이론’, ‘믹서기 이론’, ‘사이토카인 폭풍’입니다. 먼저 열쇠와 자물쇠 이론은 ‘세포와 숙주 간에 감염 관계 성립을 위해서는 서로 열쇠와 자물쇠처럼 아귀가 맞아야 한다’는 원리를 이야기합니다. 나의 열쇠로 남의 집 현관문을 열 수 없듯, 자연 숙주의 세포에 있는 수용체(자물쇠)를 감염시킬 수 있는 병원체(열쇠)는 종간 장벽(자물쇠의 고유한 모양 차이) 덕에 다른 종의 동물(다른 자물쇠)에 감염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때 인수공통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의 경우에는 ‘만능열쇠’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만능열쇠’를 가진 이 병원체는 여러 집의 자물쇠를, 즉 여러 종의 동물들의 세포 수용체 각각에 모두 결합이 가능한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자연 숙주로부터 인간에게까지, 동물을 넘어 사람에게까지 병원체가 전파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가 ‘만능열쇠’를 어떻게 가질 수 있게 될까요? ‘만능열쇠’는 두 가지 방법으로 생성될 수 있습니다. AI(조류독감)를 예시로 살펴봅시다. AI는 오리에서 닭으로, 그리고 닭에서 사람으로 전파됩니다. 오리와 닭과 같이 종은 다르지만 종간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에는 우연한 돌연변이만으로 장벽을 뛰어넘어 전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닭과 사람과 같이 종간 장벽이 상당한 경우에는 단순히 우연한 돌연변이만으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만능열쇠’를 얻을 수는 없겠지요?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eeshun8&logNo=220882020557&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이 비밀은 바로 믹서기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자연 숙주로부터 인간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믹서기 동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병원체의 유전체 재조합이 일어난다는 원리입니다. 특히나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포유동물에서 재조합이 일어나게 되면,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병원체로 재탄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마치 믹서기를 돌리는 것과 같이 믹서기 동물 내에서 자연 숙주로부터의 바이러스와 인간 인플루엔자의 유전체가 서로 섞이면서 새로운 특성을 갖게 되고,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는 확률적으로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만능열쇠’를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드디어 자연 숙주의 병원체가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AI의 경우에는 돼지가 ‘믹서기 동물’의 역할을 합니다. 특히나 돼지의 경우 호흡기 상피세포에 사람, 돼지, AI 바이러스가 모두 달라붙을 수 있는 수용체가 존재하는데요, 따라서 바이러스의 짬뽕 사발(mixing vessel)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2  즉, 인수공통질병 바이러스인 AI는 닭과 돼지의 유전체가 돼지 내부에서 믹싱되면서 탄생한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인 것이죠.3

이렇게 사람에게까지 전파된 병원체는 어떻게 증상을 나타낼까요? 이에 관여하는 원리가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입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병원체 침입 시에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하게 분비되어 정상세포를 공격하기에 이르는 현상입니다. 결과적으로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지요. 특히 이 현상의 발생은 병원체와 숙주의 공생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보통 자연 숙주와 공생관계를 형성하면 생존합니다. 바이러스는 적당히 증식하고, 숙주는 이에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자연 숙주에서 사람, 또는 최종 숙주로 전파되었을 때는 새로운 환경에서 과도하게 증식하고, 인간의 면역체계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항합니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이긴다면, 이 폭풍은 사그라들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폭풍은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요?
믹서기 이론을 통한 ‘만능키의 획득,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숙주의 자물쇠를 열 수 있게 되는 ‘열쇠 자물쇠 이론’, 마지막으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사람의 몸에 일어나는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까지. 인수공통질병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까지 전파되는 과정, 이해가 가셨나요?

출처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09/05/257645/

올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논란이 되면서, 돼지로부터 시작된 인수공통질병인 돼지독감, 신종플루가 다시 한번 대두되었는데요. 신종플루의 경우 또한 돼지를 믹서기 동물로 조류, 돼지,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믹싱되어 사람에게까지 전파된 바이러스이기도 합니다.4 그렇다면 이와 같이 돼지를 시작으로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신종플루와 같이 인수공통질병일지, 과연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을지, 그 특성과 함께 다음 꼭지에서 만나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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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상준, 「돼지 파동에 ‘감염병 포비아’…신종 75% 인수공통감염병」, 『news1』, 2019.9.18_위쪽에 있는 뉴스기사 링크 내용입니다.
2 박상표, 「신종플루, 왜 ‘돼지독감’이라고 부르지 못하나」, 『프레시안』, 2009.9.15.
3 최강석,『바이러스의 습격, 살림, 2009.11.16., ‘제2장 조류독감부터 신종 플루까지 : 변신의 귀재 인플루엔자’ / [YTN사이언스] <사이언스 투데이> 최강석 수의학 박사·세계동물보건기구 전염병 전문가 인터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정체는?」, 2016.8.16』
4 김제관, 「인류의 영원한 敵 인플루엔자」, 『중앙일보』, 2009.05.01.

알리미 25기 무은재학부 19학번 정채림

<기획특집Ⅱ>

아프리카돼지열병 (African Swine Fever: ASF), 너 뭐니?

앞선 내용에서 인수공통질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오는지 알아보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돼지독감에서 유래된 신종 플루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인수공통질병일지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걱정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급감하여, 돼지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과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생존방식, 감염경로를 알아보아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정의 및 특징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SFV)의 병원성은 급성, 아급성, 만성형으로 나뉠 수 있는데요, 병원성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나타냅니다. 급성 바이러스는 고열, 식욕부진, 내출혈, 신경계 장애로 인한 발작이 관찰됩니다. 특히 가축 돼지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릅니다. 아급성 바이러스와 만성형은 급성형보다 치사율이 낮아, 위의 증상들이 더 오래 지속됩니다. 그렇다면 ASF는 어떻게 우리나라 돼지들까지 전염되기 시작했을까요? ASF는 아프리카 남부지역에서 처음 발병된 이후 수백 년 동안 유럽, 남미, 러시아를 지나 대한민국에서 발병되었습니다. ASFV의 전파 방식에는 직접 전파, 간접 전파, 매개체 전파 3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직접 전파는 감염된 돼지나 돼지에게서 나온 타액, 소변, 분변 등과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인데요. 특히 감염 후 회복된 돼지나, 야생돼지가 전염원이 됩니다. 간접 전파는 바이러스로 오염된 잔반을 열처리하지 않고 건강한 돼지가 섭취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매개체 전파는 연진드기로 인해 전파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전파되는 ASFV는 환경 저항성이 강해 실온에서 18개월 이상, 가공식품에서 6개월 이상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열에도 매우 강하여 56℃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해야만 감염성을 없앨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ASF가 어떤 질병인지 알아보았는데요. 그러면 이제 ASFV가 돼지의 세포에 침입하여 오랫동안 생존하면서 돼지를 죽이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살펴봅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침투부터 생존방식까지
이 바이러스의 침투과정의 핵심은 ‘수용체 매개 세포 내 섭취’입니다. 이 작용은 세포 밖의 물질이 세포막의 수용체와 융합하여 세포 안으로 수송되는 물질 수송 방법입니다. 수용체가 바이러스를 인식하면 클라트린(Clathrin)이라는 물질이 세포막을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감싸는 소낭을 만듭니다. 그리고 세포막의 리모델링을 유도하는 효소인 다이나면(dynamin)이 작용하여 소낭을 떼어내어 세포 안으로 소낭을 들여 보냅니다. 이 기작을 통해 바이러스가 돼지의 면역세포에 침투한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아직 정확한 수용체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돼지 열 바이러스 감염 주기> 출처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African-swine-fever-virus-infectious-cycle-Virus-enters-the-cell-by-clathrin-mediated_fig2_323954376

이렇게 침투에 성공한 바이러스가 개체를 증식시키는 방법을 살펴볼까요? 바이러스는 DNA 복제 공장 역할을 하는 돼지 세포의 미세소관 중심조식(MTOC) 영역에 도달해야만 복제가 시작됩니다. 바이러스의 중심에는 복제와 전사에 사용되는 여러 효소가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작은 DNA 조각들이 바이러스 DNA 복제 초기에 표적 세포의 핵에서 발견되고, 비교적 큰 분자들은 이후 표적 세포의 세포질에서 합성됩니다. 이렇게 합성된 DNA와 구성 분자들을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성숙되면 단백질 캡슐에 싸입니다. 그리고 복제 장소를 떠나 운동 단백질인 키네신(kinesin)에 의해 세포 표면으로 운반됩니다. 이후, 조립된 바이러스들이 소낭에 싸여 표적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 다른 세포로 이동합니다. ASFV는 남다른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돼지의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세포 내부 양분을 이용하여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없도록 ‘세포자살’이라는 기작을 통해 숙주를 지킵니다. 하지만 ASFV에 유전자 중 A179L은 세포자살을 억제하는 Bcl-2 호르몬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감염 세포를 검열하여 자살하도록 유도하지 못해 개체 내에 바이러스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후 앞선 꼭지에서 설명한 급성 염증 반응의 일종인 사이토카인 폭풍에 의해 죽게 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이 무서운 질병인 ASF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질병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그 이유는 ASFV가 인간 세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인 인간 세포에서의 감수성이 없고,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어려운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꼭지에서 설명한 ‘열쇠와 자물쇠 이론’에 의해 ASF는 사람에게 전파될 수 없습니다. 즉, ASF는 돼지라는 자물쇠는 열 수 있지만, 사람이라는 자물쇠를 열 수 없는 열쇠이죠. 하지만 메르스, 조류독감의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도록 진화했는데요. 그렇다면 ASFV는 왜 불가능할까요?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핵심인 핵산의 종류에 의해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뉠 수 있습니다. DNA는 이중 가닥으로 되어있어 복제과정에서 한쪽 가닥에 돌연변이가 생기더라도 상보적 결합을 통해 복구가 이루어져 돌연변이율이 낮습니다. 하지만 RNA는 단일 가닥이기 때문에 전사 및 복제 과정에서 쉽게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DNA의 돌연변이율이 RNA 바이러스보다 100배가량 낮다고 합니다. 즉, ASFV는 DNA 바이러스여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돌연변이를 우려하게 하는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는데요. ASFV는 다른 DNA 바이러스보다 유전체가 커서 다른 DNA 바이러스보다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다양한 단백질 중 한 가지라도 사람에게 감염이 될까 걱정하는데요. 이것은 종간 이동 시 생기는 충격에 의해 불가능합니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유전체의 구조와 복제 방식이 비슷한 바이러스를 하나의 과로 묶는데, ASFV는 같은 과에 속한 바이러스가 100년간 인간과의 가축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100년이 넘도록 돌연변이를 통해 비슷한 바이러스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지금에 와서 돌연변이가 생겨 인간에게 감염이 가능하게 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ASFV의 증상, 감염 경로와 생존 방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DNA와 RNA 바이러스의 차이점을 비교해 ASF가 인수공통질병이 아니라는 사실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SF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근절이 어렵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약 1억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어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 바이러스 때문에 수많은 돼지가 살처분되었다니… 안타깝지 않나요? 다음 꼭지에서는 바이러스성 질병의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기 어려운지, 예시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니 더 읽어봐야 겠는데요?

알리미 25기 무은재학부 19학번 윤명지

<기획특집Ⅲ>
인수공통질병과 ASFV 백신

앞서 인수공통질병이 무엇인지, 올 한 해 많은 이슈를 끌었던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SFV)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주기적인 예방 접종을 통해 우리 몸을 바이러스로부터 예방하곤 하는데요. 만약 ASFV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있었다면, 많은 돼지가 살처분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앞서 다룬 인수공통질병의 치료제와 함께 ASFV의 백신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같이 알아볼까요?

인수공통질병 치료제에 대하여
사람과 동물에 같이 감염되는 전염병인 인수공통질병은 현재 약 250여 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뇌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광견병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질병들이 그 예시입니다. 그 중에서도 매년 겨울이 되면 많은 가금류의 살처분 원인이 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일명 AI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의 치료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어 볼까 합니다. 10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AI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막지 못한 이유는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예측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HnNn형 바이러스’란 이름이 붙으며, 이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종류를 기준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H는 Hemagglutinin의 약자로 숙주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돕는 당단백질이며, N을 나타내는 Neuramidase는 세포 내에 있는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당단백질입니다. H관련 단백질은 16종류, N 관련 단백질이 모두 9종류이며 조합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돕는 H관련 단백질이 몇 번인지 알아야 이를 백신에 넣어 맞설 수 있는 항체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중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H5N1형, H5N2형, H5N6형, H5N8형 바이러스를 하나의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읽은 친구들은 ‘백신을 만드는 방법도 아는데 매년 똑같은 일이 발생하는 거지?’ 란 의문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이란 큰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AI를 막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H10N8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이 발견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학자들은 H10 단백질이란 사실을 기반으로 백신을 만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인공 바이러스를 만들고 이를 배양하여 검증하는 데까지의 시간만 고려하더라도 약 3달이란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후 완성된 백신을 닭, 오리 등에 접종하더라도 닭은 3~4주, 오리는 1달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미 많은 가금류는 살처분된 상태일 것이며, 조류독감의 유행도 끝난 상황일 것입니다. 더불어 매해 어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모르기 때문에 올해 유행한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을 만들었다고 한들 내년엔 어떤 다른 형질의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백신 연구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 닭을 키워 내보내야 하는 양계장의 경우에도 백신에 추가적인 돈을 투자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렇듯 AI를 막을 여러 장벽이 존재하여 대규모로 확산되는 조류독감을 막지 못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조금 더 효과적으로 AI를 막을 방법이 나오길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ASFV 백신은 없는 건가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SFV)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의 주요 문제였습니다. 세계 최대 육류 소비국인 중국의 경우 작년에 퍼진 ASFV로 피해를 입어 현재까지 약 1억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1년 동안 육류의 가격이 2배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아마 백신이 있었더라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왜 ASFV 백신을 만들지 못하는지, 그리고 백신 개발 현황은 어떤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봅시다. 우선 ASFV의 구조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DNA, RNA를 단백질이 감싸고 있는 구조인 바이러스는 정이십면체, 막대형, 복합 대칭형 중 하나의 모양을 따른다고 합니다. ASFV는 이 중에서 정이십면체 구조를 가지는데요, 구와 가장 비슷하기에 외부의 충격에도 내부의 유전물질을 보호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정이십면체 구조로 안정한 ASFV는 유전물질을 보호하는 껍질이 하나 더 존재하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더욱 안전하다고 합니다. 구형에 가까운 정이십면체는 같은 표면적에서도 어느 정다면체보다 큰 부피를 차지하며, 특히 ASFV의 경우 반지름이 상대적으로 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다양한 유전자형이 담겨 있습니다. 유전자형이 많은 만큼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숫자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질병은 단백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 백신 개발을 어렵게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구에 나타난 지 10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백신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를 알아 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현재 어느 정도까지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논의해 보려고 합니다. 과거 ASF는 오랫동안 아프리카와 유럽 일부 지역의 풍토병이란 인식이 강해 백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ASFV가 퍼져 나가면서 전 세계 많은 연구팀이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최근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산체스 비스카이노 박사 연구팀은 제작한 백신을 멧돼지에 투여한 결과 약 92%의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에는 조금 더 정밀한 백신이 필요하기에 향후 2년 안에 백신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거라 합니다.


출처 http://www.pig-world.co.uk/news/the-urgency-for-an-asf-vaccine-grows.html

마무리
이번 기획특집에서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되는 인수공통질병과 함께 올 한 해 공포를 심어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그리고 이의 치료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처음 던진 질문 기억하시나요?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을까?’였는데요, 정답은 기획특집을 읽은 여러분 모두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ASF를 비롯하여 많은 질병으로 동물들이 고통받는 지금, 머지않은 미래에 백신이 개발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알리미 24기 기계공학과 18학번 김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