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겨울호 / 문화 거리를 걷다

2020-01-23 15

문화 거리를 걷다 / 유튜브가 내 인생에 미친 영향

밤새 과제를 하다 뜨는 해를 보는 순간, 동아리 공연 준비를 하는 순간, 친구와 소소하게 학식을 먹는 순간 등 특별하진 않지만 소소한 대학 생활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보면 정말 재미있고 가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당장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고, 혼자 유튜브를 보며 편집기술을 독학하고 이것저것 제 일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찍다 보니 정말 일상이 공부하고 밥 먹는 영상밖에 없었지만 약간의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인트로를 만들고, 자막을 넣고, 노래까지 넣으니 꽤 그럴싸했습니다. 이렇게 제 첫 영상이 완성되었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는 아주 적은 수이겠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2000명의 구독자분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아주 큰 변화를 2가지 뽑자면 바로 유튜브를 시작한 것과 단기유학을 다녀온 것입니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 이미 공부나 동아리 활동으로 잠을 하루에 4시간 남짓 자는 상황이었지만, 시간을 쪼개서 틈이 날 때마다 공부량을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벌어 편집 기술을 독학하고 제 영상을 편집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하는 저 자신을 보면서 ‘아 이런 게 취미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혹여 유튜브가 학업에 방해가 될까 단 한순간도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더욱 부지런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냥 핸드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면, 지금은 제 외장하드에 있는 아주 수많은 여행 영상들을 틈틈이 편집하고 있습니다. 추억을 오래도록 예쁘게 저장하는 저만의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지난 학기에 독일로 다녀온 단기유학은 유튜브와 더불어 제 인생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주관이 없었고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이제껏 해왔던 대로 치열하게, 하지만 막연하게 출세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단기유학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유와 행복, 주변 사람들이 주는 따뜻함은 제가 원하는 것은 높은 지위와 명성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돈과 사랑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나 자체로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았습니다. 또한 유튜브로 영상을 기록하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나의 소소한 삶이 그 자체로 행복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항상 주변에는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 살다 보면 내가 누구이고 언제 행복한지 잊곤 합니다. 저는 저만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지 말고, 조금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는 위로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습니다.


화학공학과 16학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