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가을호 / 복면과학

2020-10-20 42

노벨상 수상자가 된 길거리의 부랑아  마리오 카페키

Mario Renato Capecchi

 

한때는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떠돌다가 영양실조로 죽을 뻔했지만 남다른 끈기와 인내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유전자 적중 기술을 개발한 마리오 레나토 카페키 Mario Renato Capecchi입니다. 그가 온갖 역경들을 이겨내며 소위 말하는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동료들은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카페키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요?

 

 

불우한 유년 시절을 겪은 카페키 

카페키 Mario Renato Capecchi는 1937년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바로 시련을 겪게 됩니다. 그가 태어난 직후, 이탈리아 공군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사망합니다. 그리고 그가 세 살이 되었을 때, 그의 어머니는 반나치·반파시즘 선전물을 돌렸다는 이유로 나치에게 끌려가 카페키는 고아와 다름없는 신세가 됩니다. 그의 어머니는 미리 이웃에게 본인의 전 재산을 주며 카페키를 맡겼지만, 그들은 마음대로 돈을 전부 써버렸고 카페키는 거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길거리나 보육원에서 잠을 해결하고 노점상의 음식들을 훔쳐 먹으며,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심지어는 극심한 배고픔과 영양실조로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이르러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카페키가 9살이 되던 해, 나치에게서 풀려난 어머니와 가까스로 재회한 뒤 외삼촌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부랑아 시절의 헝그리 정신이 학문 연구의 열정으로 

미국에 이민을 간 뒤 카페키는 물리학자인 삼촌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과학에 관심을 가졌고 과학자로 성장해 나갑니다. 1967년,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데, 이때 그가 일한 곳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낸 제임스 왓슨의 연구실이었습니다. 1980년대에 그는 암, 고혈압, 당뇨, 치매 등 인간에게 나타나는 질병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쥐의 유전자 조작을 연구했습니다. 끝내 그는 쥐를 이용한 유전자 적중 Gene Targeting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올리버 스미시스, 마틴 에번스와 함께 2007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물론 연구가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국립보건원 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는 유전자 적중 기술 연구가 성공할 것 같지 않고 추구할 가치가 없다고 하며 자금 지원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카페키는 이러한 반응에 굴하지 않고 본인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여 끝내 성공해 냈습니다. 실제로 그가 노벨상을 받은 후 인터뷰에서 말하길, 대부분의 사람이 포기하는 주제일지라도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연구를 계속해야 직성이 풀렸다고 합니다. 

 

질병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유전자 적중 기술 

GMO 식품, 복제 양 돌리 등을 통해 유전 공학은 대중들에게 꽤 알려져 있습니다. 카페키가 수상한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제인 유전자 적중 기술 또한 유전 공학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는 상동 관계인 두 DNA가 서로 교환되는 상동 재조합을 이용하여 개체 안의 특정 유전자를 넣거나 없애는 기술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유전자를 제거하는 등의 기술이 존재했지만, 이는 미생물이나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처럼 빠르게 번식하고 단시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실험에 그쳤습니다. 

카페키는 포유류에 해당하는 동물, 그중에서도 쥐의 유전자를 조작하고자 했습니다. 쥐는 단세포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빠짐없이 제거하거나 다른 유전자로 바꿔야 하는데, 이는 매우 복잡합니다. 그래서 쥐의 전체 세포 수가 적을 때인 배아 상태일 때를 이용합니다. 따라서 유전자 적중 기술은 유전공학과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적절히 결합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유전자 적중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 적중 쥐’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먼저, 없애고자 하는 유전자를 대신할 변형된 유전자를 포함한 DNA 가닥을 만듭니다. 쥐의 배반포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에 그 DNA 가닥을 넣은 채로 전기 충격을 가하면, 일부 세포에 변형된 DNA 가닥이 들어가면서 변형된 유전자가 없애고자 하는 유전자와 바뀌는 상동 재조합이 일어납니다. 상동 재조합이 일어난 

배아 줄기세포만을 골라낸 뒤 이를 쥐의 배반포에 주입하고 이를 어미 쥐의 자궁에 착상시킵니다. 이때, 배반포에는 없애고자 하는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과 변형된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 종류의 세포를 모두 가진 쥐가 태어납니다. 이런 쥐를 키메라 Chimera 쥐라고 하는데, 키메라 쥐를 정상 쥐와 교배시키면 자손의 일부가 변형된 유전자만을 가지는 유전자 적중 쥐가 탄생합니다. 

 

유전자 적중 쥐, 그 이후

마리오 카페키가 유전자 적중 기술을 개발한 후, 이는 활발하게 발전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지금은 개체가 배아 상태일 때뿐만 아니라 발생 후 성장하는 시기, 심지어는 성체가 되고 나서도 유전자를 주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특정 시기에만 발현되는 유전자의 주입도 가능해 졌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고혈압, 당뇨, 치매와 같은 유전병의 치료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카페키는 다양한 의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 외에도 1993년 게어드너재단 국제상, 2001년 앨버트 라스커상, 2002년 울프상, 2005년 마치 오브 다임즈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는 미국 유타 대학교의 인체 유전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알리미 26기 무은재학부 20학번 박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