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가을호 / 선배가 후배에게

2020-10-20 62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법 

 

코로나 바이러스로 캠퍼스조차 활기를 많이 잃어버린 지금, 예전과 같이 설레는 대학 생활을 얘기하기도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품고 머지않은 날에 코로나가 종식되어 모두가 건강하게 캠퍼스에 첫발을 내딛는 날을 상상해 봅시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그 순간을 떠올릴 때 여러분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방학 때 여행을 다니고 동아리에 들어가서 전시회를 열거나 공연을 하는 상상, 열심히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밤을 지새우는 상상. 다들 한 번씩은 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설레는 다양한 대학 생활의 로망들… . 하지만 가장 큰 설렘은 결국 이 모든 경험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 또한 수강할 과목을 고르고, 동아리를 선택하거나 방학 때 참가할 각종 대회와 프로그램 공고를 확인하면서 마치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뷔페에 온 것 같은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특히 포스텍은 소수정예를 표방하는 덕에 마음만 먹으면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이런 다양한 기회 속에서 학년이 올라가다 보면 나와 비슷하게만 보였던 친구들이 점점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휴학하고 세계를 여행한 선배, 세계적인 석학의 연구실에 들어가 연구 열정을 불태우는 동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여 수십만의 사랑을 받는 친구 등등 어느새 다들 자기만의 길을 선택하고 자기만의 멋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대학생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선택의 자유를 누리면서 창업과 각종 대회 활동, 리더로서 동아리를 이끄는 등 가치 있는 경험을 쌓았고, 나름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대학 생활 중에 연구 경험을 쌓으면서 저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연구자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가 주는 이런 희망적인 장면들의 이면에는 저를 힘들게 하고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선택으로부터 오는 불안함과 내적 갈등이 있었습니다. 좋은 성적과 대학 진학이라는 뚜렷한 답을 쫓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선택지가 쏟아지는 대학생이 되면서 가치관이 흔들리고 혼란을 겪었습니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하나를 선택을 할 때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도 커진다는 의미였고,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그렇기에 내 선택이 얼마나 올바른지에 대한 확신이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뚜렷한 개성을 갖고 살아가는 주변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나 자신은 이도 저도 아닌 볼품없는 사람이라는 불안감과 조급함에 잠들지 못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후회와 비교라는 것은 끝이 없어서 다른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면서 과거의 선택을 자책하고 계속해서 후회하곤 했습니다. 제가 대학 생활 내내 고민하고 주변 친구들의 대학 생활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의 순간은 찾아오지만,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 믿음을 갖고 묵묵히 끝까지 나아갔을 때 그 선택은 가치 있는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수많은 선택을 해왔지만 어떠한 선택에도 좋은 점만 있거나 나쁜 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흐름과 우연적인 요소들에 휘말려 저의 결정과 상관없이 흘러가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과거의 선택을 의심하며 갈팡질팡하기만 한 끝에 남는 것은 흐릿한 감정과 후회뿐이었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과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했을 때 뚜렷한 교훈과 자신에 대한 더 큰 믿음이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선택하는 길은 다를지라도 누구에게나 알을 깨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은 힘들고 불안할 것입니다. 흔히들 매 순간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살자고 말하지만 저는 선택에 대한 만족도는 선택 이후에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선택을 믿고 의미를 찾으며 나아갈 때 그 끝이 성공적이든 그렇지 않든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자전기공학과 15학번 김 현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