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가을호 / 알.쓸.신.잡

2020-10-20 28

알쓸신잡 ①

멍은 왜 시간이 지나면 색깔이 변할까?  (헤모글로빈의 분해)

우리 몸의 일부가 어딘가에 부딪히면 시퍼런 멍이 생기게 되는데요. 뾰족한 것에 찔릴 때와는 다르게, 면적이 넓은 것에 부딪히게 되면 피부는 손상되지 않고 압력에 의해 모세혈관이 파괴됩니다. 파괴된 모세혈관에서 혈액이 나와 표피 아래에 고이게 되면 멍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몸에 멍이 생겼을 때, 멍의 색깔이 점점 변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처음 부딪혔을 때는 부딪힌 부분이 빨갛다가, 시간이 지나면 파랗게 변하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초록색이 되었다가, 황갈색으로 변하면서 점점 색이 옅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멍든 부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길래 시간에 따라 멍의 색이 변하게 되는 걸까요?

멍의 색은 적혈구가 혈관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분해되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파괴된 모세혈관 밖으로 혈액이 나오는 순간부터 생각해 봅시다. 혈액은 빨간색이기 때문에 충격을 받은 직후에 멍은 빨간색을 띠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멍의 색이 변하는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혈액은 왜 빨간색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혈액 세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적혈구는 다량의 혈색소, 즉 헤모글로빈 Hemoglobin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가집니다. 헤모글로빈은 색소 성분인 헴 Heme과 단백질인 글로빈 Globin이 결합해 있는 형태인데, 헴에는 철 원자가 있어 산소와 결합하면 빨간색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색이 빨간 것이고, 혈액의 색깔이 빨간 것입니다.

혈액이 모세혈관 밖으로 나오게 되면 시간이 지난 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잃게 되고, 산소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검붉은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검붉은색으로 변한 적혈구는 피부에 가려져 파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시간이 지나면 멍이 파란색을 띠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산소 운반의 기능을 잃은 적혈구는 식세포에 의해서 분해됩니다. 적혈구가 분해되면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은 헴과 글로빈으로 분해되고, 헴은 철과 빌리베르딘 Biliverdin으로 분해됩니다. 이때 빌리베르딘은 청록색의 담즙 색소이기 때문에 멍이 시간이 지나면 초록색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이후 멍은 황갈색이 되는데, 이는 두 가지 반응 때문에 일어납니다.

헴이 철과 빌리베르딘으로 분해되면 철은 혈철소, 즉 헤모시데린 Hemosiderin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저장되고, 빌리베르딘은 환원되어 빌리루빈 Bilirubin이 됩니다. 헤모시데린은 갈색의 입상 색소이고 빌리루빈은 황갈색의 담즙 색소이기 때문에, 멍의 색은 초록색에서 황갈색으로 바뀌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빌리루빈이 혈액 속에 있는 알부민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간으로 운송되면서 멍의 색이 점점 옅어지는 것이죠.

이제 멍의 색이 변화하는 이유를 잘 아시겠나요? 생각보다 복잡했을지도 몰라요. 우리의 눈에는 단순하게  ‘충격을 받고 멍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정도의 과정으로밖에 안 보이지만, 쉽게 볼 수 있는 멍에 과학적 궁금증을 갖고 조금만 파고들었더니 이런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작은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 여러분들은 그 무엇보다 반짝반짝 빛날 겁니다!

 

알쓸신잡 

알약을 녹차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떫은맛의 이유, 타닌)

빈속이거나 술을 마신 뒤에 약을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약을 복용할 때는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알약을 먹기 힘들어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 대신 다른 음료와 함께 알약을 삼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철분이 함유된 알약을 녹차와 함께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녹차 속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녹차를 한 입 마시면 혀가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비교적 생소한 이 느낌을 ‘떫은맛’이라고 표현합니다. 보통 우리는 떫은맛을 덜 익은 과일, 녹차, 와인 등에서 느끼는데요. 이런 것들에서 떫은맛이 나는 이유는 타닌 Tannin이라는 물질 때문입니다. 과연 타닌은 어떤 원리로 떫은맛을 유발하는 걸까요? 이것은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는 과정과 함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침샘에 있는 분비 세포의 세포막에는 이온 수송 통로가 있어 이온의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침샘은 염화 이온이나 칼슘 이온과 같은 이온이 흡수되는 것을 신호로 침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타닌은 침 분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칼슘 이온 활성화 염화 이온 수송 통로 (Ca2+-activated Cl- transport channel)’를 억제하여 이온의 확산을 막습니다. 그리고 혀 점막 단백질인 뮤신과의 결합을 통해 응집체를 만들고, 이 응집체가 혀 점막을 자극합니다. 이런 원리를 통해서 타닌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면 침 분비량이 적어지고 혀에 자극이 오는 ‘떫은맛’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타닌 성분과 철분이 함유된 알약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봅시다. 체내로 유입되는 철은 보통 음식을 통해서 섭취가 가능하며 헴철 Heme Iron과 비헴철 Nonheme Iron로 나뉩니다. 헴철은 동물성 식품에 포함되어 있으며, 헤모글로빈이나 미오글로빈을 이루는 헴 Heme에 단단히 결합해 있기 때문에 흡수에 있어서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헴철은 주로 식물성 식품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철로서 다양한 단백질과 결합하여 존재하지만, 결합력이 비교적 약해서 주위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래서 타닌은 비헴철과 쉽게 결합하여 타닌산 철을 만드는데, 타닌산 철은 인체에 흡수되지 않아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합니다. 그러므로 철분이 함유된 알약을 녹차와 함께 먹으면 약효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같은 이유로 선짓국과 같이 철분이 함유된 음식을 먹은 경우, 타닌 성분이 포함된 감이나 차, 도토리묵 등을 먹으면 철분 흡수가 원활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철분이 함유된 식품과 함께 먹었을 때 타닌이 영양소 섭취를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닌이 우리 몸에 꼭 안 좋은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한 잔의 레드 와인이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는 레드 와인에 타닌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의 껍질과 씨에는 타닌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화이트 와인은 포도알만 사용하여 낮은 온도(15~20℃)에서 발효시키고, 레드 와인은 포도 껍질과 씨를 함께 사용하여 비교적 높은 온도(25~30℃)에서 발효시킵니다. 타닌은 폴리페놀의 하나로서 항산화제 역할을 해 노화를 방지하고 혈관, 피부를 비롯하여 신체 전반의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죠.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와인을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들은 고지방 식사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낮아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프렌치 패러독스 French Paradox’라고 표현한답니다. 

녹차, 단감 등에 들어 있는 타닌이 어떤 원리로 떫은맛을 유발하는지도 신기한데, 영양소 섭취를 방해하기도 하고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여러분들도 하나의 현상에서 시작하여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어 보세요! 

 

알리미 26기 무은재학부 20학번 강 아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