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가을호 / POST IT

2020-10-20 67
  1. 제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해요 
  2. 서홍석 선배님과의 이야기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대가 없는 애정을 쏟아본 적이 있나요? 몽골국제대학교에서 IT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신 서홍석 선배님. 선배님께서 배움을 나누며 봉사하기까지 조금 특별한 이야기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공업고등학교에서 학문에 뛰어들어 가르침을 나누고, 현재 구글의 Research Scientist가 되기까지. 지금부터 선배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구글 프랑스 Research Scientist 서홍석입니다. 창원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학사 졸업한 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자연어 처리’, 즉,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인지하게 하는 연구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2년간 몽골국제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교수로 다녀왔죠. 이후 박사 과정은 Computer Vision 분야에서 컴퓨터가 영상을 이해하게 하는 연구를 했어요. 그리고 현재, 구글에서 AI 머신 러닝 분야 중 컴퓨터가 언어와 영상을 같이 이해해 더 나은 처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분야를 연구 중입니다. 

 

#선배님의 학창 시절 

공업고등학교에서 창원대학교, 포스텍 석사과정의 입학까지, 어떻게 IT 분야의 심도 있는 공부에 도전하게 되셨나요? 

저는 실업계 공업고등학교를 나왔어요. 원래는 대학 진학에 뜻이 없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현장 실습’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현장 실습’은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한 학기를 학교가 아닌 공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예요. 그런데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공장에서 일하면서 많이 무시당했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왜 사람들이 공부하려는지를 알겠더라고요. 이렇게 처음에는 공부 자체에 대한 의미가 있었다기보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구나’, 그렇다면 ‘대학에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아요. 또 당시에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어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교직 이수를 염두에 두고 창원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죠. 대학 진학 후에는 여러모로 잘 풀린 것 같아요.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는데 그게 잘 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그 당시에 감사한 분들이 참 많았어요. 제가 스스로 자극을 받아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학업에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쉽지 않기도 했어요. 미적분학을 예로 들자면 저는 당장 극한이 무엇인지, 급수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대수학 교수님께 ‘실업계를 나와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당장 삼각함수부터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일주일에 몇 시간을 내서 기본 개념들부터 가르쳐 주셨어요. 말 그대로 교수님께 과외를 받은 셈이죠.(웃음) 제가 진심으로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봐주신 것 같아요. 그때 공부가 제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 실업계를 간 이유가 ‘억지로 하는 공부가 싫어서’였어요. 그런데 스스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하면서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사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기 어렵고, 그걸 찾지 못해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이렇게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일찍 찾은 게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또 학부 때부터 언어 처리 연구실에서 연구 참여를 하다가 자연스레 ‘AI를 통해 컴퓨터가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졌어요. 그리고 졸업할 당시 언어 처리 분야에서 포스텍이 가장 유명했고, 기회가 닿아 진학하게 되었죠. 제가 생각하기에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같이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녔던 친구 중 저와 비슷한 길로 가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물론 저 스스로 노력하기도 했지만, 우연히 얻게 된 감사한 기회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단순히 제가 잘나서 해낸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몽골 국제 대학교 

몽골국제대학교에 재능 기부형 교수로 자원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학사를 마칠 당시에도 여전히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다만 다소 달라진 점은 컴퓨터의 기초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좀 더 advanced한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우선 학위를 받고자 포스텍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포스텍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후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몽골국제대학교 IT 분야에서 교육 선교로 사람을 뽑는 기회가 닿았어요. 석사 학위로 교수직을 경험할 기회였고, 국제 대학에서 강의한다면 유학을 위한 영어 공부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고자 하는 것들이 맞물려 교육 선교로 몽골국제대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교수 활동에 임하실 때 선배님만의 마음가짐은 무엇이었나요?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가르쳤던 것 같아요. 몽골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여러모로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는 어려움은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한계를 둘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니까 수준 낮은 것을 가르치는 게 맞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이 학생들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다른 대학 졸업생들과 경쟁해야 할 텐데, 대학생이 가져야 할 마땅한 자질을 갖추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면 제가 그만큼 더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포스텍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교수님을 만나는 제도가 있듯이 저도 학생들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또는 이주에 한 번씩은 1:1로 만났어요. 물론 제가 애정을 쏟아도 학생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기도 하고, 제가 학생을 다섯 시간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다섯 시간 후에 만나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죠.(웃음) 이렇게라도 학생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가치 있는 일을 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애정을 쏟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선배님께서 추구하시는 바 또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장기적인 계획을 짜기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제 나름의 ‘바른’ 모습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사실 살아오면서 저에게 주어진 것들, 저 스스로만의 힘으로 가진 게 아닌 것 같은 감사한 일들이 많았어요. 최종적으로 구글의 Research Scientist가 되어 충분한 보수를 받는 것. 이런 기회들이 저만을 위해 펑펑 쓰라고 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것들을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잠시 제게 맡겨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이것을 어떻게 잘 쓰는 게 좋을지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또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구글 프랑스에 남을지, 한국 학계로 갈지 고민하고 있어요. 어느 길이 더 의미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 있는 거죠. 그래도 당장은 ‘현재’의 위치에서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려고요. 몽골 국제 대학에서는 학생과 교직원 분들을. 포스텍에서는 동료 학생들, 학부생 후배들, 그리고 교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살았다면, 이곳에서도 직장 동료들을 위해, 프랑스 주민분들, 그리고 제 가정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겠다고 생각해요. 

 

 

#전국의 구독자들에게 

진로를 고민하는 전국의 구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 ) 

진로 고민에 앞서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즉,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왜’ 사는지를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저는 누군가 ‘무언가를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물으면 ‘너는 이것을 왜 하고자 하는데?’, 또 더 근본적으로는 ‘너는 왜 살아가는데?’라고 반문해요. 왜 사는지를 알아야 어떤 선택들이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도 고민해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은 ‘왜’에 대한 고민은 잘 하지 않고 막연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지’, ‘이 길이 나와 맞는 길인지’와 같은 진로 고민의 해답은 결국 ‘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무엇이 내 삶의 옳은 방향일지’에 대한 고민 없이는 정할 수 없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대답 없이 지금 하는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를 고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죠.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나면 어떤 일이 나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쉽게 결정돼요. 이렇게 삶의 의미를 찾아야 다른 것들도 의미 있어져요. 삶의 의미를 발견하면 무엇을 해도 스스로 가치 있다고 판단한 후 행동하기에 삶에 안정감이 생기기도 해요. 또 당장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어려움이 궁극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함을 인지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이 되거든요. 내 삶에 가장 근본적인 의미가 있으면, 주변에 일어나는 피상적인 일들을 겪을 때 ‘삶의 의미’라는 궁극적인 가치가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대학은 왜 가야 하는데?’, ‘왜 굳이 이런 과를 가야 하는데?’ 하는 ‘왜’의 고민,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늘 겸손하게 본인만의 신념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자 고민하시는 서홍석 선배님. 가르침을 받는 것에서 누군가에게 다시 나누기까지, 감사한 것들을 또다시 베푸는 삶. 인터뷰 내내 말씀 곳곳에서 본인의 상황들에 ‘감사한다’라는 표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화상으로 뵈었지만, 선배님의 진심 어린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인터뷰를 진행하는 필자 또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배님의 이야기를 계기로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들도 주어진 상황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삶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먼 곳 프랑스에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신 서홍석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 ) 

 

알리미 25기 생명과학과 19학번 정 채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