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0 가을호 /Science black box

2020-10-20 71

취미로 과학 하는 사람들

 

여러분은 과학이 취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과학의 대중화에 많은 사람이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과학은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 과학 분야의 성과는 오랜 시간 한 분야에 몰두한 사람들만이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학을 취미로 즐기다가 큰 성과를 이뤄낸 사례들이 많은데요! 뜻밖의 발견부터 위대한 업적까지, 이번 호에서는 ‘취미로 과학 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캐나다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스콧 틸리 Scott Tilley

캐나다의 스콧 틸리는 보트의 전력 시스템을 설계하는 전기 기술자이자, 아마추어 천문학자입니다. 틸리는 학생 때부터 수학과 과학, 공학에 재미를 느꼈지만, 전기 기술자로 일하게 된 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모두 쓰지 못해 아쉬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어릴 적, 소련 사람들이 라디오 수신기로 우주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와 함께 위성을 찾았던 경험에서 비롯된 ‘위성 추적’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취미를 꾸준히 즐기던 어느 날, 틸리는 미국 정부가 발사한 군사 기밀 위성 ‘주마ZUMA’의 행방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전파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의문의 신호가 포착되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NASA에서 쏘아 올렸다가 12년간 연락이 끊겼던 인공위성 ‘IMAGE Imager for Aurora Global Exploration1 의 전파였습니다. 그 당시 포착된 주파수 그래프에는 중심 주파수 2272.478~2273.418MHz의 신호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인공위성이 지구에 다가오거나 멀어질 때 발생하는 도플러 효과에 의한 주파수 변화 패턴이 함께 포착된 것이었고, 틸리는 이 패턴을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그가 발견한 인공위성이 IMAGE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본인이 발견한 내용을 SNS에 업로드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얻었고, 더불어 NASA에서도 연락을 받게 되었죠. 12년간 연락이 끊겼던 인공위성을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발견하다니 놀랍지 않나요? 

발견 당시 IMAGE는 여전히 지구를 도는 궤도에 남아 있었으며, 지구와의 교신 임무를 지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 틸리가 우연히 찾은 약 1,600억 원의 위성은 앞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북극의 오로라 존을 관찰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하네요.

  1. [ 각주 ] 1 태양풍의 변화에 따른 지구 대기권 반응 연구를 목적으로 2000년에 NASA에서 발사한 인공위성. 2005년 12월부터 신호가 끊겼었다.
  2. [ 이미지 ] 1 스콧 틸리   2 NASA의 인공위성  
  3. 3 위성을 조립하는 모습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2624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Brian Harold May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다들 기억하시나요? 영화 속 주인공이자 전설의 록 밴드, ‘퀸 QUEEN’에 속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두 번째 주인공입니다! 우리에겐 기타리스트로만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천문학을 사랑하는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메이는 밴드 활동과 천체물리학 연구를 병행하며, 박사 학위 논문으로 ‘황도광2 의 먼지구름에 관한 시상 속도 연구 A Survey of Radial Velocities in the Zodiacal Dust Cloud’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논문이 발표되기 전에는 황도광을 구름이나 맑은 하늘에 의해 햇빛이 산란하는 현상인 ‘새벽 박명’으로만 판단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 논문으로 인해 현재는 황도광을 ‘태양 주위에 가장 빽빽하게 모여 있는 먼지 입자들이 반사하는 태양 빛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퀸의 결성 당시 이미 영국에서 천체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던 브라이언 메이는, 퀸이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게 되면서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천체 물리학자가 부업인 기타리스트인 셈이죠. “천문학은 천문학자가 아닐 때 훨씬 더 재미있지”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의 천문학을 향한 사랑은 음악 활동으로도 드러나는데요. 2019년 1월 1일, 그는 NASA의 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스 New Horizons’가 소행성 ‘울티마 툴레 MU69’3에 가까이 접근한 것을 축하하고자 솔로 곡을 발표했습니다. 곡의 제목은 <New Horizons – Ultima Thule Mix>이고, 곡 중간에는 뉴허라이즌스가 명왕성을 통과했을 때 스티븐 호킹 박사가 축하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 피처링으로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직접 메이의 노래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떤가요?  https://youtu.be/j3Jm5POCAj8

 

  1. [ 각주 ]
  2. 2 황도는 태양이 한 해 동안 지나가는 길을 뜻한다. 황도에는 수없이 많은 1mm급의 먼지 입자들이 존재하는데, 황도광은 이 먼지 입자들이 반사하는 태양빛을 의미한다. 일몰 후의 서쪽 하늘이나 일출 전의 동쪽 하늘 지평선에서 원뿔 모양으로 퍼져 보이는 황도광을 볼 수 있다. 
  3. 3 태양계 가장자리에 있는 얼음으로 된 소행성으로, 지구에서 약 65억km 떨어져있다.
  4. [ 이미지 ]
  5. 4 브라이언 메이 https://cmobile.g-enews.com/view.php?ud=
  6. 2019010208512378799ecba8d8b8_1&ssk=search&md=20190102091641_R 
  7. 5 황도광 https://ko.wikipedia.org/wiki/%ED%99%A9%EB%8F%84%EA%B4%91

 

 

프랑스의 변호사, 피에르 드 페르마 Pierre de Fermat

우리에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널리 알려진 피에르 드 페르마가 생애 단 한 편의 논문만을 썼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변호사이자 지방 의원이었던 페르마에게 수학은 취미 생활이었기 때문인데요. 페르마는 취미로 수학 연구를 하며 발견한 것들을 노트나 책에 낙서처럼 쓰거나 사람들과 편지로 주고받았고, 그런 내용이 수학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이죠.

그가 살았던 17세기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음모에 휘말리지 않고자 자신의 열정을 취미 생활인 ‘수학 연구’에 모두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수학은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던 학문이었기 때문에 페르마는 정식 수학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오로지 디오판토스의 ‘아리스메티카 Arithmetica’라는 수학책만이 수학 공부 수단의 전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페르마는 수학사에 매우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미적분학부터 해석기하학과 확률론, 정수론까지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이뤘고, 그의 업적은 수학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그렇지만 페르마는 자신의 업적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수학자들이 하게 될 질문들에 답변하기 귀찮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오로지 즐거웠기 때문에 수학을 연구했을 뿐 명예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이죠. ‘2보다 큰 정수 n에 대하여 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정리에 대하여 페르마는 ‘나는 놀라운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하였지만, 여백이 부족하여 증명은 생략한다.’라고 책의 여백에 낙서처럼 메모를 남겼습니다. 그렇게 남겨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수많은 수학자의 증명 시도 끝에, 1997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에 의해 풀리게 됩니다. 와일즈가 이를 증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꾸준한 노력뿐만 아니라, 페르마 이후 수학 분야에 있었던 많은 발전 덕분이기도 합니다.

취미로 위성 추적을 하다가 NASA의 인공위성을 발견한 스콧 틸리부터 천체 물리학자를 부업으로 삼은 브라이언 메이, 그리고 수학자들보다 더 많은 업적을 남긴 아마추어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까지. 이런 인물들처럼 구독자 여러분도 과학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취미로 즐겨보는 건 어떤가요? 어쩌면 여러분들도 수학과 과학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1. [ 이미지 ] 6 피에르 드 페르마 https://ko.wikipedia.org/wiki/%ED%94%BC%EC%97%90%
  2. EB%A5%B4_%EB%93%9C_%ED%8E%98%EB%A5%B4%EB%A7%88
  3. [ 참고 자료 ]
  4. https://solarsystem.nasa.gov/news/375/meet-a-citizen-scientist-scott-tilley/ 
  5.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2624 
  6.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76657.html 
  7. http://www.queenonline.com/news/press-release-new-horizons-ultima-thule-mix-new-brian-may-single-announced 
  8. http://m.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324105.html#cb

 

알리미 25기 컴퓨터공학과 19학번 원지윤